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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의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한동안 옅은 안개가 주위를 휘감고 돌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점차 시계가 또렷해지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규모가 큰 저수지다.








이곳은 초행으로,
막 당도하여 둔치에 오르자 마자 나타난 풍경이다.
확 트여진 모습 그대로 가슴 한 구석을 뻥 뚫고 지나갔다.








가장 가까이에서 처음으로 맞닥뜨린 논병아리 한 마리가
낯선 이방인을 경계하듯 쳐다보며 슬금슬금 저쪽으로 멀어져 간다.
그를 향해 살며시 미소를 보내본다.

이 놈은 잘 날지 못해서 천적을 피할 때도 날개를 퍼덕이면서
물 위를 달리기만 할 뿐 날아 오르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붙은 이름인가, 어린 닭...








갑자기 주위가 소란해졌다.
시선을 돌려보니 정면 조금 떨어진 곳에서
무슨 시커먼 덩어리가 허공을 향해 솟구쳤다.
말로만 듣던 가창오리떼인 모양이다.

올해는 가창오리가 예년보다 많은 8만여마리가 날아왔다고 한다.
여기에 7천마리 이상의 기러기가 합세하여 현재 이곳 주남저수지에는
10만마리 이상의 철새가 겨울을 나고 있다고 한다.








한순간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던 새들의 날갯짓 소리가
파도소리 마냥 주위를 휘감아 돈다.








갑자기 벌어진 그 모습이 무척 역동적으로 다가왔다.
큰 저수지가 화들짝 놀라 잠을 깨는 순간이었다.

비록 하나 하나는 작을지 몰라도 뭉치면
커다란 위협이 느껴질 정도로 그 위세가 크게 느껴진다.
순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교훈이 퍼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소중한 생명들이다.








이러한 모습을 방문객에 대한 이들의 화려한
환영 세레모니 정도로 내 마음대로 해석을 해보며
혼자 흐뭇한 기분이 된다.

그러나 그런게 아니라면 그들을 위협하려는 인간들에 대한 
섬뜩한 경고의 메시지일지도 모를 일이고...








한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전망대쪽으로 자리를 옮기니
바로 앞쪽 물위에 몽글몽글한 돌들이 깔린 듯 무리지어진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그 바닥이 꽤나 분주하게 보인다.








큰기러기 들이었다.
제대로 가만히 있는 놈이 없을 정도로
저마다 자리를 틀고 앉아 몸고르기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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