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




언젠가 집안 거실바닥에서 발견된 길 잃은 조그만 곤충이다.
어떤 이유로 이 곳에 있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어도
이제 봄이 되니 어딘가에 숨어있던 넘들이 슬슬 기어나오면서 
기지개를 펴려나 보다.

몸에 진흙을 잔뜩 뒤집어 쓴 것 같은 이 넘은 화분쪽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 쪽에 놈의 아지트가 있는게 분명해 보인다.








움직임이 없는 이 놈은 꽤 오래전부터 화분옆에 방치되어 있던 놈인데
이제서야 꺼내봤다.
그러고 보니 이미 집안에서 이 놈 말고도 다른 작은 곤충들을 
몇 차례 더 발견하곤 헀었다. 심지어 작은 지렁이까지도 말이다.
아! 그렇다고 오해마시라.
여름모기를 제외하고는 바퀴벌레, 파리, 뭐 이딴것은 본적도 없으니까.

그나저나 고민이다. 
아무리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라지만
이젠 이 놈들과 삶의 영역까지 다투게 생겼으니...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때문일까. 지난 겨울 어느날,
미처 추위를 피하지 못한 한 마리의 벌이 따뜻함을 찾아 집 베란다로 날아왔다.
그러나 그 앞을 가로막고 있는 철조망...
끝내 이를 넘지 못하고 박제가 된 듯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지난 겨울 내내 촛점없는 눈으로 이렇게 메달려
안쪽으로만 시선을 꽂고 있었다.
봄이 온 지금까지도 이렇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말이다.








음악이 좋아 하나 둘씩 사 모은 CD가 5백여장,
그 외에도 40여장짜리 전집과 비매품을 포함, 잡다한 것이 약 80여장 정도가 더 된다.
한 때는 무슨 수집가나 된 것처럼 열심히 사 모으던 그런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무슨 전리품이나 된듯 방 한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그러고 보니 새로운 CD에 눈길을 준지도 까마득하다.
아마도 그건, 정서가 점차 메말라 가고 있다는 증거일까.








어느날 집 베란다 밖으로 내려다 보이던,
변변한 확성기하나 없이 비가오나 눈이오나 항상 우렁찬 목소리로
'고물요~'라고 외치며 우리 동네를 돌아다니시는 아저씨의 휴식시간이다.
잠시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아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무겁게 몸을 일으킨다.
어쩌면 리어카 한쪽에 걸린 염주하나가 그의 고단한 삶을
지탱해 주고 있는 건 아닐지...


어쩌다 한낮에 집에서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있을라 치면,
귓속을 파고드는 여러가지 소리가 있다.
그리고 그 소리에는 분주히 움직이는 우리네 세상이 작게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
차량의 소리는 물론, 확성기 소리, 어느 집에서 들려오는 아기의 울음소리,
누군가 싸우는 소리, 피아노 소리, 강아지 소리, 그리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새 소리, 비행기 소리...

대부분의 소리는 듣기에 거북하기만 한 소음에 지나지 않겠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오히려 정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도 이 세상은 인간과의 관계 뿐만이 아니라 곤충 등 다른 살아있는 모든 것들까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이기에 그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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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flowerbud 2009.04.26 22:58    

    으아~ 벌레! ㄷㄷㄷ
    꼭 내쫓아용. ㅋ 무서워요.
    첫 번째 사진에 있는 저 곤충은 녹슬어버린 철로 만든 곤충같애요 ㅋ

    그리고 CD 진짜 많네요~? 500여장이면 와~ 없는 노래가 없을듯해요.
    요즘들어서 옛날 노래들이 그립던데. 특히 이문세노래요. 옛사랑인가? 듣고 싶어요.. ^^;

    위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집 주위 풍경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해요..
    따듯한 동네에 사시는듯 ^^

    • BlogIcon spk 2009.04.27 21:53 신고  

      이 CD를 보면 저의 맘이 생각납니다.
      이쪽으로 눈을 돌리실때 마다 저런거 뭘할려고 샀느냐,
      그리고 또 저게 다 돈이 얼마냐며 매번 잔소리와 함께 도끼눈을 날리시는... ^^;;;

      그리고 또 이 CD를 보고 저의 맘께서 부르시는 독특한 이름이 있는데, 뭔지 아세요?
      '갓'이랍니다. 갓...ㅋㅋ
      아마, 옛날 양반들이 머리에 쓰던 그 갓이 생각나셨나 봐요. 똥그란게... 오 마이 갓!

      이문세 노래를 싫어하시는 분은 이제껏 보지를 못 했는데,
      꽃님도 예외는 아니시군요.
      어쩌죠. 들려드리고는 싶은데...
      좋은 방법이 있으시면 언능 말씀해 주세요.^^

    • BlogIcon 하양눈꽃 2009.04.28 00:14 신고  

      ㅎㅎㅎ 또 한 번 웃고갑니다.
      갓~ ㅋㅋ

      진정~ 제가 방법을 알려드리면 갓~에 담긴 노랠 들을 수 있능고에요? ㅋ

    • BlogIcon spk 2009.04.28 18:29 신고  

      아~ 물론이죠.
      메일이나 뭐나 일단 말씀해주세요.
      저작권법이 있지만 뭐... 각오해야죠.;;;
      그나저나 나중에 사식(私食)이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 BlogIcon raymundus 2009.04.27 22:43 신고    

    이문세씨는 제 아내가 팬입니다.콘서트도 가고 그랬다네요..
    소심한 복수로 결혼하고서 한번도 이문세 콘써트에 안데리고 갔습니다 음하하

    • BlogIcon spk 2009.04.27 22:51 신고  

      아니, 그러고 보니 천국님은 따로 계셨네요.
      그런 남편을 그냥 두시다니...ㅋㅋㅋ

  • BlogIcon 애용이 2009.04.27 23:58 신고    

    아.. 좋은 말씀이십니다.

    • BlogIcon spk 2009.04.28 21:20 신고  

      애용이님 반갑습니다.
      어제 오랜만에 들러서 뉴칼레도니아까지 보느라 혼났습니다. ^^
      자주 들러야 밀리지 않겠지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