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지난 8월 27일, 참가국 202개국의 국기를 든 기수단이 입장한 가운데 
세계인의 축제,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막이 올랐다.








특히 전광판 속,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마라톤의 영웅 고 손기정 선수의 역주하는 장면은 
예전에 TV에서 보던 느낌과는 달리 마치 그 현장에서 직접 지켜보듯
뭉클한 감동이 전해져 왔다.








경기장 동편에는 기업 홍보관이 들어섰다.
도요타관에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삼성은 자사 IT제품들을
전시하는 등 대부분 경기와 연계하여 자사의 상품을 홍보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공식 후원사는 TOYOTA(자동차) · 삼성전자(IT) · 
POSCO(철강) · SEICO(시계) · TDK(전자부품) · adidas(스포츠용품) · 
SINOPEC(에너지) · VTB(은행) 등 총 8곳이며, 대구에서 열리는 올해
대회만을 후원한 국내 후원사는 대한항공 · KT · STX · 금복주 등 4곳이다.

공식후원사는 국제육상연맹이, 국내 후원사는 각 대회 준비위측이 선정하며,
공식후원사의 경우 업체를 한번 선정하고 나면 선정업체가 자리를 
내어놓기 전까지는 동종업체가 추가로 선정될 수 없다고 한다.








홍보관 벽면은 응원문구가 들어간 스티커로 가득 채워졌고...

이미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기록 갱신을 위해 트랙을
몬도트랙으로 교체하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나 저조했다.
물론 단거리의 경우 강화된 부정출발의 규정과 경쟁자들의 불참으로 
경쟁구도가 형성되지 않았고, 장거리 선수들에게는 늦더위가 변수로 
작용했다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결국 세계신기록이 없는 역대 4번째 대회로 기록될 것이 확실시된 상황에서
마지막날, 그것도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세계신기록이 작성되어 
겨우 그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역대 3번째 노메달 개최국이라는 사실만은
피해 갈 수가 없었다.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이곳 대구스타디움을 찾았다.
인종과 국적을 불문하고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에서
가히 세계인의 축제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만큼은 냉정할 정도로 치열했다.
국기로 온몸을 감싼 이들의 모습에서 자국의 선전을 염원하는
마음이 온몸에서 우러난다.








스타디움 한켠에서는 또 다른 외국인이 뭔가에 몰두해 있다.
영국에서 오셨다는 이 분은 조그마한 스케치북에다 워터칼라펜으로 
대구스타디움의 모습을 열심히 옮기고 있는 중이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친절하게도 스케치북을 한장한장 들춰보여 주었다.
그 속에는 서울의 고궁을 비롯하여 수원의 화성 등 그가 방문했던 
지역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그림으로 담겨져 있었다.
물론, 아름다운 꽃들과 영국의 고건축물 등도 찾아 볼 수 있었다.








경기장에 들어가봐야 한다며 서둘러 마무리한 작품이다. 
세밀하지는 않지만, 들어가야 할 특징은 그대로 다 들어가 있다.
그러면서도 이 그림속에는 사진과는 또 다른 
따뜻한 시선과 체취가 함께 묻어난다.
분명, 이 스케치북은 훗날 이 자리를 새롭게
추억하게 될 소중한 마음의 재산으로 남을 것이다. 








스타들의 잇단 부진으로 이변이 많았고, 세계기록 또한
흉작을 면치 못했던 이번 대회...
그러나 비인기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관중들은 역대 최다를
기록할 정도로 많이 찾아와 관심을 보여주었다.
초 · 중학생을 동원했다는 일부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202개국 1,945명의 선수가 참가하여, 규모와 관중 수에
있어서는 역대 최대, 최다를 기록한 것이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성공한 모양새다.








여자 높이뛰기 경기의 시상식 장면.

이번 대회는 미국이 금메달 12개, 은메달 8개, 동메달 5개로
5회 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전체 47개의 금메달 중 전체의 반이 넘는 28개를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케냐가 나누어 가진 것이다.
이는 경기력이 특정국가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당초 우리나라는 '10-10(10명의 선수가 10위권 내 입상) 프로젝트를
내세웠으나, 유일하게 멀리뛰기 종목의 김덕현만이 결선에 진출,
오히려 세계의 높은 벽을 확인하기만 헀다.
한국기록을 세워도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라니
우리나라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안방에서 남의 잔치를
해 준 격이 되어버린 것이다.
오죽했으면 메스컴에서 '참담', '처참'이라는 표현을 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위안을 삼자면 그나마 한국 신기록 4개를
기록한 것이라 해야할까.
우리 육상인들에 대한 관심과 제도의 밑받침이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반면 같은 아시아 국가인 중국과 일본은 메달로써 체면치례는 했다.








어찌되었건 이제 9일간의 열전은 막을 내렸다.
다음 제14회 대회는 2년 뒤인 2013년 모스크바에서 열리게 된다.

대회를 마친 후 대체적인 평가는 조직위원회의 경기운영의 경우 미숙했다는
측과 그런 미숙함은 다른 어느 대회에도 있었다는 측으로 의견이 갈라진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의 열정과 시민의식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일치한다.
물론, 불편한 교통과 지름길을 두고 우회하는 택시의 바가지 요금, 그리고 
선수촌의 음식 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없지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성공적인 대회로 요약되는 분위기다.

이후에도 우리나라는 2014년에는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8년 동계올림픽 등 큰 대회를 앞두고 있다.
당연하게도 이들 대회 관계자들은 대구선수권대회를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