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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

서로 다른 투영된 공간에서 마주하다.







흐린 유리벽 사이로 존재감이 감지되었다.

그 존재감은 바람을 타고 흔들리면서 흐려졌다가 드러나기를 반복하며

농담(濃淡)의 윤곽으로 다가왔다.

가만히 보니 그 존재는 기분이 좋을만큼 적당히 취한 가을의 모습이었다.







                               마치 속살을 훔쳐보는 듯한 은밀함이라고나 할까.

                               그 은밀함은 점차 시선을 사로잡게 되고...







행여나 눈치라도 채고 달아나기라도 할까봐 조심스럽게 다가가 본다.

하지만 상대는 쉽게 다가올 기색은 아니다,

차라리 보이지 않는 두꺼운 벽이었으면 좋으련만,

그저 안타까움만 더해질 뿐이다.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은 어쩌면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애착의 표현일런지도 모른다.

그것도 일방적인 짝사랑으로 말이다.

결국 이는 떠나가는 가을에 대한 미련의 표현에 다름 아닐 것이다.







                               어찌되었든 벽을 마주하고 있는 이상 

                               현실은 그리움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뿌연 안개속, 

그저 카메라의 촉수를 길게 뻗어  

달아나려는 가을의 흔적을 조심스럽게 붙잡아 볼 뿐...

그러나 결국 가을이라는 계절은 이런 뜨거운 시선을 외면하고 

저 멀리로 떠나가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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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11 09:00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spk 2013.12.12 10:49 신고  

      길을 걷다가 발견한 방음벽 뒷편을 타고 올라온 담쟁이넝쿨이었습니다.
      마침 빛도 비스듬히 비추고 있어 묘한 실루엣을 만들어 내고 있더군요.
      시는 제 영역밖이고 그림은 자신이 없고... 그래서 급한김에 카메라를 들이댔지요.^^;;
      생각보다 카메라가 그림같이 잘 그려주더군요.ㅎㅎ
      아마도 ***님이였다면 카메라와 시 둘 다 한꺼번에 꺼내셨겠지요?^^
      저도 감성을 다양하게 표출할 수 있는 재주가 있어야 할텐데 말이죠.;;
      항상 감사드립니다.^^

  • BlogIcon 복돌이^^ 2013.12.12 09:56 신고    

    사진들이 그림자 인건가요!?!
    오묘하네요..느낌이..^^
    이제 가을이 다시 그리워지는 추운 겨울이 되었네요...

    • BlogIcon spk 2013.12.12 10:53 신고  

      반투명한 유리 사이로 비치는 그림자였지요.
      빛이 있어 완전한 실루엣의 모양은 아니었습니다.^^;;
      눈도 내리고... 겨울맛이 제대로 나겠는데요.ㅎㅎ
      이곳은 가벼운 눈발만...^^;;

  • BlogIcon 라오니스 2013.12.27 17:10 신고    

    진짜 수묵화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여백의 미도 있고 .. 수묵화 특유의 은은함도 묻어나고요 ..
    은밀한 아름다움 .. 몇번이고 다시 보게 됩니다..

    우리가 그냥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모습도
    spk님의 눈빛으로 아름답게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런걸 좀 배워야 하는데 말입니다.. ㅎㅎ

    • BlogIcon spk 2013.12.29 21:02 신고  

      다행입니다. 사실 저 혼자만 수묵화로 봤을까봐 살짝 걱정이 되기는 했었거든요.^^
      욕심 같아서는 몇 글자 새겨넣고 낙관까지 쾅 찍어보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ㅋㅋ
      마침 빛도 적당한 각도로 비춰주어 잎의 상태까지도 살짝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한편으로는 유리 뒤에 숨어 있는 덩굴의 은밀한 모습을 훔쳐보기라도 하듯
      살짝 미안한 느낌마져 들더군요.;;
      라오니스님이라 해도 그냥 지나치지는 않으셨을 듯...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