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서 땅 속에서 지내던 매미의 유충들이 나무위로 기어올라
성충으로 변신하면서 남긴 흔적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유충 또는 약충이나 번데기에서 탈피하여 성충이 되는 이른바 우화 (羽化)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매미는 유충으로 3~7년 (어떤 종류는 17년)간 땅 속에 있으면서
나무 뿌리의 수액을 먹고 자라다가 지상으로 올라와 성충이 되어
불과 2~4주 밖에 살지 못한다고 한다.
이제는 땅 속, 오랫동안 한 생명의 보호막이 되어준 껍질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우화가 시작된 매미를 발견했다.
몸을 부르르 떠는가 싶더니 어느새 자신을 감싸고 있던 껍질 등쪽 상단이 벌어지면서
머리 부분부터 먼저 빠져 나온다.
방금 이 세상과 조우한 매미의 초롱초롱한 눈매가 앳되어 보인다.
지금 이 시간 만큼은 오로지 탈피에만 집중해야 할 때이다.
이미 몸이 밖으로 다 빠져나온 매미의 성충.
또 다른 매미의 우화가 시작되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꼬불꼬불 말려있던 날개도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다.
꼬리 부분을 많이 빼기 위해서 마치 기지개를 켜듯 몸을 최대한 뒷쪽으로 굽혀준다.
비로소 또 한 마리의 매미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
매미의 우화과정 - 1
매미의 우화과정 -2
머리를 껍데기 반대 방향으로 젖히면서 몸 전체의 80% 이상을 빠져 나온 후
한동안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몸을 다시 앞쪽으로 구부리면서
앞발로 껍데기의 머리 부분을 꽉 움켜 잡은 채 그 힘으로 꼬리 부분을 완전히 탈피하게 된다.
이 과정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힘겹게 우화에 성공한 듯 보이는 매미와 그 흔적들이 고스란히 땅에 내팽겨쳐져 있다.
낮에는 포식자에 의해 피해를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우화는 대게 본능적으로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릴 때에 이루어 진다고 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 녀석은 이런 상태로 며칠이 지나도록 미동도 없다.
게다가 이런 상태에서도 성장은 지속되었는지 갓 탈피한 몸도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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