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 모르게 또 이렇게 찾아온 가을...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환한 얼굴을 하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라 질릴만도 하련만
지금 이대로는 전혀 새로운 세상인양 다가온다.
나무는 알록달록 새옷으로 갈아입고...
짧아서 더 간절하게 느껴지는 이 가을은
자꾸 어디론가로 나서기를 충동질해댄다.
다가올 또 다른 계절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
차가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에 붙어있는
수 많은 잎들을 떨쳐내야만 하기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 이 나무는 나름대로 분주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중이다.
알고보면 낙엽을 만드는 행위는 스스로의 생존을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기도 한 것이다.
홍조 띤 얼굴로 물들어 가는 단풍.
어찌보면 가을의 낙엽은 그냥 단순한 낙엽이 아니라 죽음으로서
삶을 도모하는 고귀한 희생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래서 단풍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힐끗힐끗 주변의 눈치를 보던 다른 나뭇잎들도
그제서야 자연의 깊은 속 뜻을 알았는지 주저없이 하나 둘
가을의 대열에 합류한다.
화려한 변신으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죽음의 시간
그 자체가 바로 환희의 시간이자 축제의 시간인 것이다.
이제껏 이 시간만을 위해서 달려온 듯한...
삶의 절정이란 적어도 이 단풍나무에게 있어서만큼은 푸르름을
자랑하는 여름이 아니라 지금 바로 이 시간이라 해야겠다.
하지만 차마 맨정신으로는 떨어질 수가 없어서일까.
얼굴은 취한듯 불그스레 상기되어 있었다.
하나 둘 모이고 모여 급기야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번져간다.
소리없는 아우성...
귀로 들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눈으로는 처절하리만큼
큰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결국 단풍이 있던 자리는 모든 짐을 덜어버린 듯한 홀가분함과
허무함만이 차지했다.
가을은 이렇듯 앙상하면서도 처연한 뒷모습을 남기며 지나가고 있었다.
관련/ ▶ 2010/11/18 - [Natural] - 가을... 그 빛에 취하다 - 2
▶ 2009/01/07 - [Natural] - 가을회상 - (1)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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