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가에 하얀 새치같이 살며시 내려앉은,
스산한 느낌을 주는 억새.
앙상해진 들풀,
그 위에 내려앉은 잠자리 한 마리...
그것조차 버거워 보인다.
그러고 보니, 가을이다.
이제 서서히 담장을 물들이기 시작하는... 이즈음,
가슴 한 켠으로
한 줌 찬 바람이 휑하니 불더니
그대로 몸을 관통하여 지나간다.
모든것이 힘을 잃어가는 계절,
그 계절에 활짝 터진 노란 웃음꽃...
그리고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영원한 동반자,
꽃과 나비.
아직 그리 춥지않은 어느날의 연못,
그 위를 유영하는 오리의 발길짓이
유달리 힘차보인다.
머지않아 이 연못에는 적막만이 감돌겠지?
보이는 모든 것들은 앙상한 가지만 남길 터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