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메마르고 창백해진 몸이지만,
땅 속에서는 긴 호흡으로 살아 숨쉬고 있을...
밤 사이 내려앉은 이슬은 작은 구슬로 꿰어지고...
그 바람에 거미는 길을 잃어 버렸다.
가지위로 남겨진 누군가의 흔적...
빗물인 듯, 이슬인 듯...
아니면 혹독한 겨울을 견뎌 내야 할 생각에
흘리는 나무의 서러운 눈물인 듯...
차가운 공기를 애써 부정해 보지만, 이미...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마치 희롱하듯 흰 머리를 흔들어 대는...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안개는
드러내고 감추기를 반복하며, 자신만의 유희에 빠져들고...
이미 계절은 바뀌어 버렸건만,
그 아쉬움에.. 차마 떨치지 못하고 있는 가을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