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청도군 화양읍 청도읍성 앞마당에서 있었던
청도 차산농악(淸道車山農樂) 정기발표회의 간단한 스케치이다.
이 행사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가장 일반적인 사물놀이의 모습이 담긴
삼도농악가락으로 시작되었다.
꽹과리의 높고도 날카로운 소리가 행사장을 가득 채우는 가운데
신명나는 몸짓이 이어졌다.
그 뒤를 이어 사풍정감(한량무, 이매방류)이 공연되고...
사풍정감(士風情感)이란 선비의 기풍과 정조를 말하는데, 절제된 기교가 특징이며
담백하고 소박하며 호탕한 남성적 기교가 돋보이는 춤이다.
이후 몇 가지의 공연이 더 이어지고 난 후 고성오광대 제밀주 마당(탈춤)이
펼쳐지기도 했다.
제밀주 마당의 내용은 시골양반이 집을 나가 제밀주(작은어미)라는 첩을 얻어
놀아나고 있는 중에 영감을 찾아 팔도강산을 헤메이던 큰어미와 만나게 된다.
이때 작은어미가 해산기가 있어 아이를 순산하게 되고...
큰어미가 아이를 받아 어루다가 작은어미와 실랑이 끝에 아이가 죽게 되자
격분한 나머지 작은어미가 큰어미를 죽여버린다는 내용이다.
큰어미가 아이를 받는 모습이다.
가정사에는 빈부귀천이 없다는 인생의 무상함을 표현한 것으로
걸죽한 표현과 흐트러진 춤은 마당판의 여유와 희극적인 모습을 엿보게 한다.
한켠에서는 사물(四物)인 북과 징, 장구, 꽹과리 등을 두드리며
분위기를 띄우고...
제밀주 마당에 이어 본 공연인 청도 차산농악 공연이 시작되었다.
경상북도 청도군 풍각면 차산리는 속칭 신라고촌(新羅古村)이라 불리워지는
역사 깊은 자연부락으로 많은 민속이 살아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차산리는 옛부터 정초가 되면 풍각면내의 여러 마을은 물론
고개 넘어 창녕군의 여러 마을과 화려한 천왕기(天王旗) 싸움을 펼쳐왔다.
천왕기 싸움은 길이 6~8m에 가까운 여러가지 색으로 단장된 천왕기를 앞세우고
마을의 농악대가 풍각장날인 정월 11일 장터에서 마을의 위세를 서로 자랑하며 즐겼던 것으로,
그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행해진 일종의 놀이형태의 싸움이었던 것이다.
차산농악은 바로 이 천왕기 싸움을 발판으로 발전한 농악이다.
차산농악은 원래 12가락 36마치의 기본 구성을 가지며 각 거리가
매구장단에 맞춰 여러 진법(陣法)으로 전개된다.
전체적인 판구성은 지신밟기 농요 농사굿 형태의 판굿으로 되어
두레풍물의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다.
사물 외에 태평소(새납), 소고 등 민속악기가 함께 어울려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간다.
차산농악은 경상 특유의 덥빼기 가락과 춤이 특징이며,
특히 엇가락에 맞춰 치는 어깨짓이 일품이다.
동작은 단순 경쾌하며, 쇠가락의 특징은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사용하고
다소 빠른 가락을 구사한다.
8m나 되는 여러 빛깔의 기를 중심으로 농악대가 한데 어울려 위세를 자랑한다.
일반적으로 족보가 그 집안의 내력을 말해 주듯이 풍물의 정통성은
상쇠(上釗)계보에 의해 규정된다.
차산농악의 초대 기능보유자는 故 김오동(金五同, 1922~2002.12)선생이다.
한껏 달구어진 분위기는 관객과 함께하는 뒷풀이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청도 차산농악은 1980년 12월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되었다.
참고 / 팸플릿 및 청도 차산농악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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