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하루의 일과를 뒤로 하고 태양이 모습을 감추려 한다.
하지만 지금의 이 해는 하루가 아닌, 한 해라는 세월을 과거속으로 침잠시켜 버리는,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안겨주고 떠나간 계사년 2013년의 마지막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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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말했다. 오늘의 태양은 더 이상 어제의 태양은 아니라고...
비록 어제는 아쉬움을 안고 떠나갔지만 오늘은 어제보다 더 큰 기대와
설렘으로 찾아올 것으로 믿고 새해 첫날 새벽, 경상북도 경산시에 위치한
성암산(聖岩山, 469m)에 올랐다.
많은 사람들 틈에 끼여 어둠 속에 오른 산길이었다.
산 아래 점점이 박힌 불빛들만이 인간들의 존재를 나타내 보일 뿐,
아직은 무거운 정적에 묻혀있는 모습이다.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능선, 저 멀리 하늘 한켠으로는
밝은 여명으로 물든 가운데 가벼운 긴장감마저 감돌고...
아마도 이 시간, 전국 각지의 많은 바닷가와 산 등에서는
새로운 빛의 탄생을 목도하려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을 것이다.
붉게 달아오른 태양의 탄생을 위하여 산고의 고통을 겪고 있었음직한 하늘,
순간 그 하늘 한켠으로 생채기처럼 생긴 틈이 생겨나더니 그 사이로
밝은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태양의 속살이자 새해, 새날이 밝아오는 순간인 것이다.
하늘은 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격려속에 조금씩 조금씩 황금색 덩어리를 토해내었다.
그랬다.
분명히 어제 봤던 바로 그 태양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태양은 어제의 그것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의 심장에 에너지를 불어넣으면서 더욱 더 힘차게 고동시켜 주는,
그리하여 새해 올 한 해동안 희망을 잃지않고 중심을 잡게 해줄
그런 강력한 힘을 지닌 존재에 다름 아니었다.
비록 뿌연 안개가 주위를 흐려놓기는 했으나 둘 사이의 소통을 방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해가 떠오르기 무섭게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시간을 놓쳐버린 사람들은 뒤늦게 속속 이곳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이로써 2014년 새해 첫 아침이 시작되었다.
모두가 새로운 각오로 새로운 목표점을 향하여 뛰는 출발점에 서 있는 셈이다.
아니 이미 누군가는 미리 앞서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이웃님들도 갑오년(甲午年), 생동감과 강인함의 상징인 청마(靑馬)의
등에 올라탄 듯, 힘찬 새해 시작하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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