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강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배가 멈춘 곳은
'아티족'이라는, 필리핀의 원주민이 사는 마을이었다.
선착장 바로 옆에서는 꼬마가 물놀이에 여념이 없고...
꼬마 아가씨는 부겐빌레아 꽃으로 머리를 이쁘게 장식 한채
손님들을 맞아준다.
표정은 심각하지만,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V'자를 그려 보인다.
강아지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 녀석은 무엇이 그리 못마땅한지
도대체 시선을 주려하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사람 좋아 보이는 두 부자가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해준다.
꼬마의 자세가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
그들의 손에는 거북이와 도마뱀 등, 몇 종류의 파충류들이
장난감처럼 쥐여져 있었다.
아마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려는 것 같았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땅 위를 기어가는 뭔가를 발견하고는...
스스럼 없이 잡더니 손가락 위에 올려 놓는다.
작고 귀여운 아기 도마뱀이다.
보아하니 도마뱀은 이미 그들과 친숙해져 있는
또 다른 친구라 할 만했다.
호수와 같은 맑은 눈동자를 가진, 같은 또래 중에서
조금 더 어려보이는 녀석...
천진난만한 표정에서는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함께 읽혀진다.
그런데 이 녀석, 얼굴에 묻은 물이 채 마르지 않은걸 보니
혹시 아까 선착장에서 물놀이를 하던 그...
만약 맞다면, 그 사이에 후딱 가릴 부분만 가리고
이 자리에 나선 것임이 분명하다.
눈길이 마주칠 때면 언제나 수줍은 미소로서 화답해 주는 그들...
원주민이라고는 하지만, 문명은 이미 그들의 손에도 들어와 있었다.
이곳에도 개구장이들은 어김없이 존재했다.
그것도 아주 사랑스러운...
햇빛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가 무척이나 건강해 보이는 녀석이다.
금방 만났을 뿐인데도 아주 오랜 친구처럼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와
오히려 당황스럽게 만든다.
때묻지 않은 순수가 이곳의 자연환경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사실, 이 외의 다른 구경은 하지를 못했다.
이 아이들과 눈을 맞춰가며 즐기다 보니, 아쉽게도 벌써
떠날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