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지난 추석날,

바다 위, 낮게 깔린 운무를 헤치고 둥그런 윤곽이 하나 떠올랐다.







보름달이다.

희뿌옇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는 것이 조금은 머슥하다는 듯

그저 그렇게 조용히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쉽게 인식하지 못한 듯한 눈치이다.







그날 그곳 한켠에는 모녀로 보이는 두 분이 달을 향해 두 손을 모은 채  

달을 향해 뭔가를 비는 듯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점차 윤곽이 뚜렷해지면서

시선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한 곳으로 몰린다.

지금 이 시간, 이 곳에서 만큼은 달이 주인공인 셈이다.







                               이들에게 달은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의지하고 싶은 그 무엇?







                               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낸다.







                               그리고 그 관심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어둠 대신 밝은 빛을 골고루 뿌려준다.







적어도 달 아래에서 만큼은 모두가 평등한 것이다.







음력 8월 15일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각각 중추절(仲秋節)과 십오야(十五夜)라는 명절로 즐긴다.

그리고 달모양을 본뜬 달떡을 만드는데 우리나라는 송편, 

중국에서는 월병(月餠), 일본에서는 쓰키미당고(月見團子)가 그것이다.

그런데 다른 곳은 모두 둥근 모양인데 반해 유독 우리나라만 반달 모양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는데... 

하나는 우리 선조들은 동그란 떡은 야하다고 보았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할 뿐

완벽한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로는 삼국사기 백제본기 660년 9월의 기록을 드는데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은 귀신이 땅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고 땅을 파보게 된다.

그런데 그 속에서 거북이가 나왔고 거북이 등에는 '백제는 둥근 달과 같고, 

신라는 초승달과 같다'고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왕이 무당에게 그 의미를 물으니 무당은 '둥근 달과 같다는 것은 가득 차 기울어진다는 것이며,

초승달과 같다는 것은 점차 가득차게 된다'는 뜻이라 했고,

의자왕은 크게 화를 내며 무당의 목을 베게 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말대로 백제는 망하고 신라는 삼국통일을 하게 된다.

그 이후로 우리 조상들은 희망을 상징하는 반달로 송편을 빚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어찌되었건 만월(滿月) 또는 망월(望月)이라고도 부르는 보름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그 자체로 희망을 품은 빛 덩어리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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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9.25 09:03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spk 2013.09.26 10:54 신고  

      저에게 아주 큰 추석 선물을 주셨네요.ㅎㅎ
      이제껏 들은 최고의 찬사인 것 같습니다. 당연하게도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따뜻한 말씀에 힘이 저절로 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다'라는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히 감성을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을텐데,
      거기에다 둥근 달이 있어서 더 느낌이 남다르셨던 것 같습니다.
      이 기쁨은 모두 바다에게 돌리겠습니다.ㅋㅋ

  • BlogIcon 복돌이^^ 2013.09.26 09:57 신고    

    추석은 잘보내셨죠?
    바다위의 보름달..너무 센티한것 같기도 하구요~~ ㅎㅎㅎ

    • BlogIcon spk 2013.09.26 10:55 신고  

      바다를 배경으로 하니 모든 것이 다 달라보이더군요.
      심지어 달까지도...ㅎㅎ

  • BlogIcon 드래곤포토 2013.09.26 10:23 신고    

    SPK님 때문에 사진으로나마 보름달을 보는 군요
    보름달이 뜨는지 마는지 관심도 없이 지난 이번 추석이네요
    덕분에 즐감하고 갑니다. ^^

    • BlogIcon spk 2013.09.26 11:02 신고  

      정월대보름은 아니지만, 그래도 명절이라 보름달을 보기위해서 나가 봤습니다.^^
      사실 일상에서 달을 쳐다보기란 쉬운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가져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되어집니다.
      감사합니다.^^

  • BlogIcon 라오니스 2013.09.27 18:43 신고    

    달아 달아 밝은달아 .. ㅎㅎ
    올해 추석에는 달이 유난히 밝더라구요 ...
    그냥 스쳐지나가기만 했는데 .. 소원을 못 빌었다는 ..
    이것저것 빌고 싶은 소원이 많았는데 말입니다... ㅋㅋ
    반달이든 보름달이든 .. 우리에게 달이 있다는 것은
    희망을 전해주는 것 같아 좋은 것 같습니다.. ^^

    • BlogIcon spk 2013.10.02 21:17 신고  

      추석날, 밝은 달과 눈을 맞추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그냥 스쳐지나가면 어떻습니까. 그저 바라봐 주기만 하면 되는거지요.
      소원을 빌지 못하신 점에 대해서는 오히려 달이 다행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요.
      그 소원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혹시 부담스러워 할지도 모를 일 아닙니까.ㅋㅋ
      게다가 소원이 많았다니 더더욱 그럴 것 같은데요.ㅎㅎ
      그믐달로 달이 보이지 않는 날은 밤이 그렇게 적적해 보일수가 없더군요.^^;;

etc




추석날,
하늘을 가린 구름사이로
동그란 얼굴이 하나 떠 올랐다.








 
보름달이다.

언제나 때가 되면 항상 같은 얼굴로 찾아오는
지구와 가장 가까운 친구.
곁에 있지 아니한 그 누군가를 그리워할 때 쯤이면
조용히 머리위로 떠 올라 말없이 위로해주던 그...








정작 완전히 둥근 만월은
추석 다음날에야 볼 수 있었다.

어제와는 다른,
청명한 하늘 한쪽에 두둥실 떠 올라
온 세상을 밝게 비추어 주는...

군더더기가 없는 완전한 생얼이다.
눈부시다.


.................................

獨坐幽篁裡 (독좌유황리)
彈琴復長嘯 (탄금부장소)
深林人不知 (심림인부지)
明月來相照 (명월내상조)


그윽한 죽림 속에
홀로 앉아

거문고 뜯고
다시 휘파람 분다

아무도 모른다

이윽고, 달이
빛을 안고 찾아온다


.................................



중국 당(唐)의 대표적인 자연시인이자 화가인 왕유(王維)의 한시로
당시선(唐詩選)에 실려 있으며 원제는 죽리관(竹里館)이라 한다.

쨍하고 금이 갈듯 맑고 청명한 자연과
이에 스스로 동화되어지는 듯한 인상적인 느낌의 시다.
비수같이 차갑고 서늘해 보이는 그 달과 함께하는
시 속의 거문고를 뜯는이가 새삼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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