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변을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아양교에서 시작하여 지하철 신매역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대구 올레의
1코스로 불리워지는 길이다.
아양교를 내려서니 새로운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동촌 구름다리 바로 아래 120m 지점에 건설중인 보도교(길이 222m, 폭 6m)로,
오는 8월 완공될 예정이라 한다.
(아래 2장의 사진을 포함, 이전인 지난 5월 초에 촬영됨)
동촌에 보도교가 들어섬에 따라 대구의 명물이었던 구름다리가
빛을 잃게 되었다.
때마침 내년 6월 말로 하천부지 점용 및 공작물 설치허가가
완료된다고 하니, 앞으로 철거와 보존을 두고 신중한 판단이
내려질 전망이다.
이 다리는 길이 230m, 폭 1.8m로 1968년에 건립되었다.
이 구름다리는 민간업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성인 1인당
왕복 1,700원의 통행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보도교가 완공되면 과연 몇 사람이나 이곳을 이용하게 될지...
아마도 현실적으로 보면, 이 점이 구름다리의 존폐를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가 되지 않을까 한다.
유원지에 설치된 다리답게 이 위에 올라서면 다리가 좌우로 흔들려
재미를 선사한다.
꼭 이 강을 건너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변변한 놀이시설이 없었을 당시,
이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놀이시설이었을 터...
지난 43년, 그 세월의 흔적처럼 지금은 많이 낡아버리기는 하였으나,
그런 이유로 만약 이 다리가 사라져 버린다면, 많은 이들이 간직했던
추억도 함께 영원히 오랜 기억속에서만 잠자게 될 것이다.
동촌에는 구름다리만 있는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 삭도까지 눈에 들어온다. 다소 의외였다.
자료를 찾으니 1980년 7월에 사업이 개시되었다는 내용만 보인다.
대구시민의 추억과 낭만의 장소로 상징되는 이곳,
한 때는 부지런히 강 사이를 오고 갔을테지만, 지금은 흉물처럼 방치되어 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나, 이런 정겨운 모습들이 세월에 밀려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모습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강변 둔치에는 여러 들꽃들 사이로 유채꽃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그 위쪽 화랑교 너머 망우공원에는 영남제일관이
수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중이다.
하천을 정비하는 굴삭기의 삽질도 분주하고...
곁에서 이 모습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던 왜가리 한 마리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황급히 자리를 뜨고만다.
아마도 카메라 울렁증이 있는 모양이다.
아니, 자신의 삶터에 대한 위기때문인지 자못 심각하고 불안한 눈치다.
저 멀리 버드나무 한 그루가 시선을 멈추게 한다.
보아하니 지금도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이렇듯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해가며,
푹신한 오솔길과 잘 다듬어진 산책로를 따라 쉬엄쉬엄 걸어본다.
하늘에는 뭉개구름이 수시로 모양을 바꾸며 지나간다.
목 뒤로 따가운 햇볕이 느껴질 때 쯤이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며
잠시나마 열기를 식혀 주기도 한다.
그 또한 고마운 일이다.
여유로운 강변의 풍경이 계속 이어진다.
한동안 걷다보니 동구 율하 2지구 아파트 단지쪽이다.
건너편에서 보니, 마치 강변의 숲 속에 둘러쌓여
포근히 안겨있는 듯한 모습이다.
원래 대구 올레1코스는 강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지하철 신매역에서
끝을 맺지만, 정겹게 보이는 이 작은 다리, 가천잠수교를 건너면서
줄곧 같이 해왔던 금호강과는 헤어지기로 한다.
소위 말하는 저질체력인 탓도 있겠지만, 더위 때문에
더 쉽게 지쳐오는 것 같다.
비록 몸은 피곤함으로 쌓여 갔어도 마음만은 상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던 지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