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게 혼미하다.
도대체 무얼 바라보며 나아가야 하는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겨울비가 시야를 흐려 놓기 시작한다.
비다...
비가 내린다.
추운 겨울엔 그냥 차가운 비,
그 무엇도 아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창을 적신 방울에 투영된 또 다른 얼굴 - 겨울,
외로움, 앙상한 가지, 무거운 어깨
그리고...
누가 더 화려한가?
앞 다투어 잎을 물들이는 찬란한 색의 향연.
이제 시작일 뿐,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아직...
깊어가는 가을...
하늘속에 빠지다.
저 머나먼 곳에서 힘겹게 흘러 흘러왔는데...
정녕 이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단 말인가?
너무 단순해 보일까봐...
그래서 일까? 점까지 찍어 단장하고...
금분을 바른 듯, 밝게 빛나는 꽃심(芯).
거기에다가 붉은색과 초록색이 살며시 끼여들었다.
그래서 꽃이란 이쁜거다. 무조건...
밝다. 환하다.
내 마음에도 불이 켜진다...
뜨거워진다.
역시 색감이 주는 느낌은 천차만별...
그래서 저마다 개성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바로 꽃이란 것이 아닐까? /도라지
역시 꽃이란 이래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모양,
그냥 아름답단 표현밖엔...
단언컨데 아름답지 아니한 꽃은 없다.
아직 때가 아닌 듯, 몸을 잔뜩 움츠린...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 만 같은 그대~
한 가지 색이어서 화려하진 않지만
오히려 은근한 기품이 느껴지는 왕고들빼기.
국화과로 꽃은 7~9월에 피고 연한 황색이다.
무엇을 노래하는가?
진하디 진하게 화장을 한, 화려한 그 붉은 입술로...
한쌍의 넓은 꽃잎 위에 세 개가 더해지다...
장식이 달린 접시같아 재미있다. 등대풀을 닮았다.
평범한 시각으로 바라본 일상속의 사진 나부랭이 / 작품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저 '시간을 기록한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셔터를 눌러댄다.